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
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
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.
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
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,
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
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
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.
가까이서 보고 싶었고
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
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,
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
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.
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
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,
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
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.
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
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, 잊을게요
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,
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
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.
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
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
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
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
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.
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
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
- 지은이 이정하
가을이 넘어가는 날~
가을은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계절인것 같다.
일에만 빠져 살던 나에게 항상 가을은 뒤를 돌아보게 한다.
2010년 가을도 넘어간다..
이 시를 보면서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한다.
아련한 기억속에 감춰 두었던 첫사랑이 다시 나온다...
옆에만 있어도~ 보고만 있어도~ 가슴 떨리던 첫사랑이 있었다.
세월이 흘려 가면서 세상에 물들어 갈 수록 그 순수했던 떨림은 사라지고
욕망과 열정에 사로잡혀 가슴은 닫혔다.
나에게도 순수한 열정을 태웠던 사랑이 있었음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이 시가
늦은 가을 ~ 다시 그런 가슴 떨리는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~
나의 닫힌 가슴을 연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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